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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넴
그간 해왔던 연성들 백업&새로운 연성 모음 블로그. 사혼의 연성조각들 모음이라 보통 타 사이트에 이미 게시되어있거나 게시된 적 있습니다. 제가 한 연성 맞아요. 보고싶은것만 씁니다. 호불호 갈리는 소재 좋아합니다. 터치 안받으니 지뢰는 셀프로 피해주세요. 성인글 보호 비번은 http://posty.pe/4hvq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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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3. 01:27 닌타마/썰

극장판에서 입은 흰 승려복 하도 잘어울려서 신한테 시집가는 이사쿠가 보고싶다. 본인이 가고싶어서 간건 아니고 불운탓에 낚여서 신부로 낙점될것 같아.

한 마을 신사에서 신부를 보내라는 신탁이 내려온게 발단 일것같다. 신앙심 깊은 마을이었지만 그 신탁에는 다들 몸을 사렸겠지. 신에게 시집간다는건 저 세상으로 떠난다는걸 의미하니까. 시간은 다가오고, 마을 사람들이 다들 초조해 하던 찰나 떠돌이 의사인 이사쿠가 마을에 왔겠지. 그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이사쿠를 제물로 보내는데 찬성할것 같다.

우선 극진히 대접한 다음 여행객에게 액막이를 해준다는 핑계로 신행을 보내겠지. 마을풍습이라고 거짓말을 해가면서 말이야. 신님께 몸을 의탁해 악운을 씻어내는 의식이라면서 흰 옷을 입히고 신사에서 밤을 보내게 할것 같다.

한 밤중의 신사는 알수없는 인기척으로 가득차있었지. 분명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무언가 이곳에 있었어. 작은 것들이 줄지어 지나가는듯한 기척, 그 뒤로 조금 더 큰 것들이 지나가며 흐르는 공기, 그리고 저 멀리서부터도 느껴지는 무거운 존재감.

들릴리 없는 방울소리가 어디선가 울려퍼졌어. 그와 동시에 저 멀찍이 있던 그것이 한순간에 이사쿠의 코앞까지 다가왔지. 동시에 이사쿠의 얼굴를 가리고 있던 흰 천이 저 멀리 나부꼈어. 모든 문이 닫힌 신사에서 바람이 불어올리는 없었지. 이사쿠의 볼을 쓰다듬는 감촉 역시 바람이라기엔 너무나 뜨겁고 동시에 묵직했을것 같다.

귀여운 신부구나

신이 입을 열었지. 혹은 아닐수도 있어. 그것에게 입이 달려있는지 안달려있는지는 이사쿠가 볼 수 없는 영역이었으니까. 저 소리 역시 귀를 통해 들었다기보단 머릿속에 직접 속삭인것만 같은 목소리였지.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눈이 완전히 트일테고, 그렇게 되면 정말 끝장이란 직감이 들것같다. 그러나 알았다고해서 이사쿠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지. 아직 완전히 저쪽으로 넘어가지 않은 이사쿠의 손은 허공만을 가를테니까. 

신은 이사쿠의 헛된 저항에 킬킬대겠지. 그리고 천천히 신부의 옷을 벗겨나갈것 같다. 신의 의지에 따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불빛이 생겨나고 순진무구한 새신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겠지. 그리고 그 그림자의 끝이 다른 누군가의 그림자와 맞닿아있는것을 발견할것 같다. 신방에 들이닥친 불청객에 신은 분노했지.

웬 놈이냐!

수상한 자다

그 목소리는 신의 것과는 확연히 달랐지. 억지로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혼령의 소리가 아니라 명백한 사람의 목소리였으니까. 게다가 이사쿠에겐 익숙한 목소리기도 했어. 이사쿠가 떨리는 목소리로 자, 잣토씨... 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지.

잣토는 성큼성큼 이사쿠가 있는곳으로 다가갈것 같다. 이사쿠와는 달리 잣토는 명백히 무언가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겠지. 공기가 팽팽하게 긴장되고, 도깨비불이 화마처럼 타오르는 그 순간 쥐고있던 무언가를 던지는 잣토가 보고싶다.

이사쿠가 머리에 쓰고 왔던 흰 천이었지. 붉은 화염이 반사적으로 천을 불살라버리는 사이, 잣토는 이사쿠를 품에 안고 재빠르게 신사 밖을 향해 달려나갈것 같아. 그리고 아무리 달려도 달라지지 않는 풍경에 이사쿠는 당혹스러워하겠지. 분명 신사로 올라오는 길은 이렇게까지 길지 않았을테니까. 나중엔 있지도 않았던 갈림길마저 그들 앞에 드러날것 같다. 신에게 홀린 꼴이었지.

잣토는 그제서야 여태 안고있던 이사쿠를 내려줄것 같다. 그리고선 품을 뒤져 쿠나이를 꺼내며 가벼운 농을 던지겠지.

이사쿠군, 신랑 보는 눈이 형편 없었어.

그 농담에 이사쿠의 긴장이 풀리기도 전, 잣토는 들고있던 쿠나이로 제 손바닥을 그을것 같다. 그것도 양 손 모두를. 피는 금세 손바닥을 모조리 적셨지. 이사쿠가 반사적으로 입고 있던 옷을 찢으려 하자 잣토가 말릴것같다. 대신 이사쿠를 껴안고 그 흰 옷자락을 꽉 쥐겠지.

차라리 나에게 시집오는편이 낫지 않겠어?

붉은 피가 신복을 더럽히고, 저 멀리서 계속 이사쿠를 끌어당기던 힘이 완전히 끊어졌지. 신사에 들어왔을때부터 안개가 낀 것 같던 이사쿠의 머릿속 역시 맑아질것 같다. 동시에 미로같이 꼬여있던 신사의 참배길 역시 원래대로 돌아왔지.

여명이 밝아오고, 둘은 옆 마을을 향해 걸을것 같다. 그 마을에 돌아가서 따졌다간 오히려 자신이 몰매맞을 수도 있다는걸 이사쿠는 잘 알 것 같으니까. 으스스한 마을에 조금이라도 오래 있고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겠지.

마을에 남겨두고왔던 이사쿠의 짐도 어느샌가 잣토가 부하에게서 넘겨받아 다시 이사쿠에게 전해줬으니 문제없었을것 같다. 이사쿠는 몇번이고 잣토에게 감사인사를 하겠지. 그리고 문득 이상한 점을 물어볼것 같아.

그러고보니 잣토씨는 어떻게 절 구하러 올 수 있었어요?

그 때 신사는 분명 사람들의 영역이 아니었어. 인간이 아닌것들의 공간이었지.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인지조차 못했을 곳에 흙발로 들어와 신부를 낚아채다니. 잣토가 능력있는 닌자인건 알지만 설마 그쪽에도 일가견이 있었다고는 상상도 못했지. 혹시 부적을 쓰거나 퇴마같은것도 할 줄 아냐며 이사쿠가 연이어 물어보자 잣토는 고개를 저을것 같다. 그런 일은 무리라고 말이야. 대신 이렇게 말할것 같다.

삼도천을 한 번 건넜다 왔더니 약간 길눈이 생긴것 뿐이야.

대화하다보니 어느새 마을 가까이 도착했겠지. 이사쿠는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을것 같다. 흰 신복은 너무 눈에 띄는 차림새니까. 그리고 잣토의 커다란 손자국이 그대로 찍힌 옷을 들고 잠시 고민하더니 짐 속에 넣겠지. 그것도 붕대로 쓸거냐는 잣토의 질문에 이사쿠는 당연하다고 대답할것 같다.

그러니 시로무쿠는 새로 지어야겠어요.

이사쿠가 수줍게 미소짓더니 이내 마을로 뛰어갈 것 같다. 그리고 몇 초 뒤, 그 말을 이해한 잣토가 허겁지겁 이사쿠의 뒤를 쫒는게 보고싶어.

+
오컬트나 민속학적 요소 되게 좋아한다.
피를 부정한 것 취급해서 신과의 연을 끊어버리는 부분이나 한번 생사의 고비를 오간적 있는 잣토에게 약간의 능력이 있는 부분 쓰면서 즐거웠다. 내 안의 잣토는 영적 치트까진 아니어도 저항성 어느정도 있단 이미지다. 전에 쓴 이사쿠 불운썰에서도 업이 깊어서 오히려 면역있단 설정 희희낙락하며 써댔다.

초안에선 아예 연을 끊는단 뜻에서 신복을 잘라버릴까 했는데 훈도시 차림의 이사쿠는 영 아닌것 샅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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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릴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