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시골 교사로 부임한 이사쿠 보고싶다 긴 치마와 낙낙한 스웨터 입고 다니고 풍금으로 연주하며 노래 불러주는 이사쿠 보고싶어 처음엔 도시깍쟁이라고 얕잡아 보던 애들도 평소 다정한 행동거지나 그런 풍금켜는 모습에 설레하는거 보고싶다 갓 중학생때는 선생님 관심끌고 싶어서 길고 보드라워보이는 갈색 머리칼을 잡아당겼다가 도망치기 일쑤였는데 나이를 먹고 같은 건물이나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부속 고등학교로 진급하고나서는 몰래 바라보며 가슴앓이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골학교 배경의 케마이사 특히 보고싶다 성적도 괜찮은 놈이 갑자기 대학갈 생각이 없다고 선언해버려서 담임선생이 곤혹스러워하겠지 네 성적이면 장학금 받을 수 있으니 학비 걱정은 할 필요 없다, 너희 가족들도 전부 찬성하지 않았더냐 하면서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꿈쩍도 하지 않겠지 그러다가 선생님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 담임이 걱정섞인 푸념을 하고, 이사쿠가 그 말을 듣겠지 첫 제자들 중에서도 유독 인상깊던 케마니만큼 혹시 자기가 얘기해봐도 되겠냐고 할거야 워낙 작은 학교고 건넛집 숟가락 개수도 아는 곳이니만큼 담임도 반색할것 같다
그야 케마가 이사쿠를 따르던건 유명했으니까. 안그래도 잘생겨서 동리 여자애들 마음은 다 훔쳐간 놈이 갓 부임한 선생님 뒤만 졸졸 따라다녔으니 소문이 안날래야 안날 수 없었겠지 고등학생이 되고나서부터는 웬일인지 발길을 끊었지만 원래 어른들 시간개념이야 3년쯤은 엊그제인 법이지
그리고 얼마 뒤, 이사쿠는 케마에게 다가갈거야 고3답지 않게 케마는 점심시간 운동장에 나와있었지 다른 아이들 틈에 끼어 운동을 하는것도 아니고, 바깥바람 쐬며 공부를 하는것도 아니고, 그저 가만히 벤치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게 우수에 잠긴 모양새였지 못 본사이 젖살이 빠져있는 얼굴은 훤칠해져서, 그 위에 떠오른 애달픈 표정은 보는사람에게 묘한 울렁임마저 주고 있었지 케마는 꼭 헤르만 헤세의 주인공들처럼 사색에 잠겨있었을거야 그리고 이사쿠가 바로 옆에 앉을때까지 한숨만 내리 쉬었을것 같다
토메사부로, 오랜만이야. 지척에 있는데 생각보다 만나보기가 쉽지가 않네. 그치?
이사쿠의 말에 케마는 화들짝 놀랄것 같다 그리고 이내 얼굴이 붉어졌겠지 시선을 피하는 모습은 그나잇대 소년스러울것 같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모습마저 이사쿠가 첫 담임을 맡았을때 본 그아이 그대로였지 그 때도 케마는 이사쿠의 얼굴을 보자마자 시뻘겋게 달아올라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으니 말이야 상대가 그리 바뀌지 않았다고 느껴지니 이사쿠는 거침없이 밀고들어가기 시작할거야 날씨가 좋다-지금은 명백히 흐린 하늘이지만- 라거나 오늘 점심 도시락은 무얼 먹었니 같은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을 마구 늘어놓기 시작하겠지 케마는 그 말에 하나같이 단답형으로 일관할 것 같다 사춘기답게 어른에게 불신감을 드러낸다고하기엔 또 얼굴은 풀려있었지 한참이나 소득없던 담소만 나누던 이사쿠는 결국 대놓고 목적을 꺼낼것 같다
토메사부로, 왜 대학을 안가려고 하니?
그 질문에 케마의 안색이 시시각각 변해갈것 같다 하지만 애절함만은 그림자처럼 언제나 표정에 드리워져 있었겠지 이사쿠는 케마가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는걸 지켜볼 것 같다 점심시간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반사적으로 일어나려던 케마를 이사쿠가 붙잡을것 같아 선생님이 함께 있으니까 언제까지든 있어도 좋다고 하겠지 케마가 선생님네 애들은요, 하고 마침내 입을열자 이사쿠는 방긋 웃어보일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는 이미 어제 방학했다고 하겠지 케마가 그럼 선생님은 왜 여기있냐고 당황해서 묻자 이사쿠는 망설임없이 답할거야
네 이야기가 듣고싶었어.
그 밝은 미소에 케마는 애써 세웠던 방벽을 무너뜨릴수밖에 없었을거야 그리고 채 파묻지 못한 풋사랑을 토해내고야 말겠지 처음 만났을때부터 좋아했다고, 아무리 포기하려고 애써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하겠지 이제 선생님 생각따윈 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는데, 진로상담에서 대학교 이야기가 나오고 정말로 선생님과 저 멀리 헤어지게 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고, 사춘기의 열병이라고 치부 하기엔 너무나도 진실된 고백에 이사쿠도 잠시 굳어버렸을거야 그리고 이내 울기 직전의 얼굴을 한 토메사부로를 안아주겠지 자그맣던 아이는 이미 한참이나 커버려서 이사쿠가 케마의 가슴께에 안기는것처럼 보였지만 엄연히 안아주는건 이사쿠 쪽이었지
토메사부로, 만약에 말이야. 정말 만약에, 네가 대학에 가고 도시로 가서 세련된 여자아이들을 만나고도 설레지 않는다면, 그리고 졸업할때까지도 네 마음이 변함없다면 언제든지 돌아오렴. 선생님은 언제나 여기 있을게.
마침내 케마도 이사쿠를 와락 껴안아버릴것 같다 그리고 몇 번이나 그리하겠다고 읊조릴거야 그러니 기다려달라고, 승부에는 지지 않는다고 할것 같다
그리고 몇 년 뒤, 신참교사로 새로 부임한 케마와 진짜 케마가 돌아와서 깜놀한 이사쿠의 로맨스 보고싶다 나이 좀 있는 선생님들은 저거저거 학생때부터 젠포우지 선생님 껌딱지처럼 붙어다니더니 그럴줄 알았다~ 라고도 하고 어머, 젠포우지 선생님이 아니라 케마 선생님이라고 해야하는거 아니에요? 하고 주책도 떨어볼듯 그리고 그 모든 말에도 당당하게 직전하는 케마와 얼굴은 빨개져도 부정은 하지 않는 이사쿠 보고싶다
얼마 뒤, 둘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엔 마을 잔치가 이어지겠지 결혼행진곡은 동네 교회 사람이 연주해줬지만 슬슬 잔치가 무르익고 흥이 나자 이사쿠가 건반 앞에 앉을것 같다 그리고 어린 케마의 마음을 빼앗아버렸던 그 때처럼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겠지 정말 행복하다고, 그리 느끼며 웃음짓는 케마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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