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위는 상대적으로 신생위원회면 좋겠다
닌자는 어디까지나 도구지 그런만큼 의술에 대해선 좀 무관심할것 같다 당장 임무를 속행하기 위한 응급조치나 진통제, 혹은 고문을 당하기 전 자결하기 위해 어금니 안쪽에 감추어두는 독단정도를 빼고선 그리 깊은 의학지식은 필요치 않을테니까 해독도 독을 분석하고 해독제를 구하느니 그냥 평소에 독내성을 쌓는게 빠르겠지
어차피 임무 중엔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여유도 없을테고 말이지 차라리 임무를 빨리 끝내고 전문 의사한테 가는게 낫다는 계산도 있을것 같아 실제 타소가레도키 닌자부대만 봐도 딱히 의무실이 있지는 않으니 말야
그런만큼 학원이 설립된 초기엔 보건위가 없었을것 같다 대신 모든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응급조치와 몇가지 약초 및 독초 지식을 교양으로 가르치는 정도겠지 좀 더 깊숙히 배우고 싶다면 생물위원회에서 구르는게 보통일테고. 그나마도 독 위주겠지만 말야
그러던 중, 어느 기수 아이들이 실습 중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겠지 어떻게든 응급조치를 취하려고는 했지만 오히려 더 상처를 벌리는 꼴이 되었을것 같아 나중 전문 의사를 불렀어도 이미 늦었다는 답변만 돌아왔지
조금만 더 빨리 전문가가 치료했다면...
의사의 안타까움이 물씬 묻어나는 말을 듣고 교장선생님은 침통해 할 것 같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보건위원회를 설립하게 된게 보고싶어 기초 교양수준이 아니라 더 높은 의료지식을 지닌 학생이 있다면 혹시나 실습중에 사고가 생기더라도 좀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만든거겠지
하지만 보건위는 기피되는 위원회 였을것 같다 요즘으로 따지면 철학과 느낌일까.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가 배우기는 꺼려지고 취직에는 도움 안되는 분야지
다른 위원회들이 신체단련, 서류작업, 암호해독, 도구제작, 잠입시 필요한 예법, 화약무기, 독충이나 여러 생물 등등을 배울때 보건위는 사람을 살리는 법을 배워야 할테니까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배우려고 인술학원에 왔는데 이제와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 배우라니. 의사로 아예 전향하면 또 모를까 닌자로서 취직할때 특기로 의술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게다가 신생위원회라 선배들과 인맥을 쌓지 못하는것도 단점이었지
이러저러한 사정이 겹쳐서 아무도 보건위에 지원하지 않았을것 같다 결국 반별로 학생들을 무작위로 차출해서 구성했을것 같아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 보건위원회가 아니라 불운위원회 아니냐고 말하기 시작했을것 같다
이렇게 시작부터 불안불안한 보건위였지만 점점 나은 성과를 보일것 같아 당초 기대했던 목표도 시간이 지나면서 달성되겠지 예전보다 학생들의 생존률도 확연히 좋아졌고 부상으로 자퇴하게 되는 경우도 확 줄었을것 같아
이렇게 순탄하게 이어지나 싶었는데, 어느순간 보건위에 정말 불운한 일들이 연이어 닥치는게 보고싶다 그전까지 반농담조로 불운위원회라고 불리는것과는 달랐겠지 상처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초를 말리다가 갑자기 바람이 불고, 붕대용 천을 빨아 널었더니 뜬금없이 소나기가 내릴것 같다 그밖에도 보건부원들은 넘어지고 떨어지고 짐승들한테 쫒기는 등 온갖 불운에 휩싸일것 같아
그리고 어느날 불운의 원인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는 선대 보건위원장이 보고싶다
그날 밤은 입원환자가 있었을것 같다 열이 내리지 않아 밤을 새가며 시시때때로 차가운 물수건을 올려서 간호해야 했겠지 밤을 꼬박 새야하는 일이다보니 당시 5학년이던 보건위원장대리가 간호를 자청했을거야 상급생쯤 되면 밤을 새는것쯤 한 두 번 해본 일이 아닐테니까
하지만 그 날은 유난히 졸음이 쏟아졌을것 같다 낮부터 쭉 간호만 하고 있어서 딱히 몸을 쓴 일도 없었고, 식사도 식당아주머니가 의무실까지 가져다준 덕에 무난히 마쳤지 그리고 혹시나 밤을 새지 못할까봐 졸음을 쫒는 약초도 씹었어 하지만 그 모든게 무색하게도 그의 고개는 앞으로 푹 꺾였지
...왜 너만
그 소리를 듣자마자 위원장은 잠에서 깼어 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지 앉은채로 가위에 눌린거야 움직일 수 있는건 오로지 눈동자밖에 없었지 고개를 돌리지도 못해 오직 눈앞의 광경만 볼 수 있었지만 말야
나도 아팠어...
간호를 위해 켜놓은 등불이 불길하게 일렁였지 그는 직감적으로 이게 단순한 바람이 아님을 알았어 동시에 있을리 없는 그림자가 스물스물 침상으로 다가가는 것을 보았지 그와 동시에 그의 등줄기가 단숨에 서늘해졌을거야 반대로 침상에 누워있던 아이는 새빨간 얼굴로 땀을 뻘뻘 흘렸지 단순한 열병이라기엔 너무나 참혹한 고통이 느껴지는 얼굴이었어
왜, 너희만, 치료받는거야ㅡ
세번이나 듣고나서야 그는 그게 목소리란걸 깨달았어 그전까진 마치 벌레의 날갯짓소리처럼 웅웅대는 소음일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귀가 트이자마자 엄청나게 쏟아지는 원념에 귀를 막고싶어졌지 대다수는 어린아이의 목소리였어 닌타마란 말이 어울리는 어린 아이들.
누군가는 다리를 잃었다고 울부짖었고 누군가는 화상에 전신이 짓물렀다고 중얼거렸지 다른 누군가는 쿠나이에 베인 상처가 너무 뜨겁다고 비명을 질렀어 하지만 공통적인게 하나 있었지 그 알 수 없는 아이들의 말은 꼭 이렇게 끝났어
왜 너만ㅡ
그들이 가리키는 '너' 가 누구인지는 본능적으로 알았어 누워있던 아이가 제 목을 조르며 캑캑거리고 있었으니까. 그는 어떻게든 가위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쳤어 공기가 그렇게 무겁게 느껴진적은 없었지 새끼손가락이 이렇게 움직이기 어려운 부위가 될 줄도 몰랐고 하지만 어렵게나마 한 부분을 움직이고 나니 이내 전신의 구속이 풀릴것같다 그리고 몸이 움직인다는걸 깨닫자마자 제 목을 조르는 아이의 손을 잡아 말렸지 그러자 아이는 아예 경기를 일으키기 시작했어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곳에서 등불은 거세게 일렁이고, 빛이 환해질수록 침상 주위를 맴도는 그림자는 짙어지기만 했지. 그는 이를 딱딱이면서도 애써 외쳤어
꺼져!
물론 그림자는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어 불길하게 꾸물거리며 천천히 다가올뿐이었지 그는 아이를 꼭 껴안고서 뒤로 물러났어 등에 온갖 약재가 담긴 서랍장이 와닿았지 그리고는 손에 집히는 아무거나 그림자를 향해 뿌렸어 감아놓은 붕대, 축축한 물수건을 비롯해 아예 서랍장도 열어 약초도 던져댔지 그러던 중, 손에 어떤 가루가 잡혔어 조금이라도 이성이 남아있었다면 차라리 좀 더 무거운 다른 무언가를 던졌겠지 가루라면 독일수도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때 위원장의 머릿속은 딱 한가지만 남기고 새하얘진 상태였어
이 아이를 살려야 해
알 수 없는 가루가 퍼지자 그림자는 단숨에 저 멀리 달아났어 귓가에서 웅웅거리던 이상한 소리도 훅 사라졌지 품 안에 있는 아이의 숨소리도 점점 고르고 편안해졌어 위원장은 그제서야 안심했을것 같다
시간이 지나 날이 밝아오고, 그는 자기가 뭘 뿌렸는지 깨달았지. 주사(朱沙)였어. 위험하기도 위험하고 사용 범위도 좁은 약재니만큼 쓰려고 가져다 놓은 약은 아니었지. 약재 손질법중 수비(水飛:가루로 빻은뒤 물에 녹인 후 종이로 불순물을 빨아들이는 방법)를 실습해 보고 적당히 쑤셔박아둔 물건이었어 부적을 쓰는데도 쓰인다고 듣긴 했지만 정말 그쪽 방면으로도 쓰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지 새빨갛게 물든 의무실에서 위원장은 허탈하게 웃었을거야
ㅡ이상 3년 연속 보건위를 맡은 내 경험담이다
그 때 당시는 보건위원장 대리, 지금은 현 보건위원장이자 일주일 뒤면 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이가 말했어 그의 눈 앞에는 내년 보건위원장 대리를 맡게 될 아이가 다소곳하게 앉아있었지
젠포우지 이사쿠, 자발적으로 보건위에 3년간이나 머문 상냥한 후배였어. 그래도 아직은 3학년인만큼 어설픈 모습이었지 지금 이야기도 때아닌 괴담정도로 들은 눈치였어 하지만 선배는 후배와 눈높이를 맞춰주는 사람이지. 그는 나지막히 이야기할거야
이사쿠, 넌 계속 보건위원회를 할거지? 내년뿐만 아니라 그 다음해도, 그리고 그 다음해도.
이사쿠가 고개를 끄덕였어 그는 복슬복슬한 갈색 머리칼을 쓰다듬어주고 말을 이었지
의술을 펼친다는건 선행을 쌓는 일이라고 딱잘라 말할수는 없어. 오히려 업을 쌓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구하지 못한 생명들을 등에 지는 일이니까. 넌 나보다도 오래 보건위원회에 머무는거니 무슨 불운이 닥쳐올지 몰라. 나도 사실 졸업한다고 이 불운이 끝난다고 말할 수 없고...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 움직일거다. 왜냐면...
선배가 말을 다 끝맺기도 전, 아이는 햇살처럼 웃으며 말했어
우린 보건위원이니까요!
한참은 어려보였던 후배가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선배는 마주웃어주었어.
그래, 보건위원이니까.
+츠도이에서 보건위 초기설정은 보건위가 아니래서 충격먹고 썼다. 불운하긴해도 보건위라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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